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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죽음의 고통(CRPS)을 참으라고? 충격적인 '후플러스'의 고발


< 후 플러스의 방송내용 캡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인터뷰 모습>


7월8일 MBC 후 플러스에서는 '죽음의 고통 CRPS - 아파도 참아라'라는 제목의 방송이 방영되었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과 감정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리고 분노였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CRPS, 즉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고 불려지는 이 병은 대부분 타박상이나 골절상을 입은 뒤 신경계 이상으로 뇌에서 통증을 감지하는 회로가 망가져 발병하는 병이라고 합니다. 



아직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이 병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의사의 말에 따르면 출산의 고통을 수치상으로 표현한다면 10점 만점에 7점 이라고 할 수 있지만 CRPS의 고통은 10점 만점에 10점, 9점정도라고 측정할 수 있으며 그 고통은 팔 다리를 마취없이 자르는 것 이상 이라고 합니다. 어딘가에 몸이 살짝 닿기만해도 그러한 고통을 받으며 이는 마약성분의 약으로도, 하루 40알 이상의 진통제로도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인 CRPS는 다행스럽게도 그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바로 척수에 전극을 집어넣는 시술인 '척수 자극기 시술'인데 100% 모든 증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통증을 완화시켜줌으로써 CRPS 환자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다고 합니다.


<척수자극기 시술을 받은 후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환자의 인터뷰>


그러나. 정말 충격적이게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2만여명의 CRPS 환자중에서 교통사고가 원인이 되어 이 병을 얻게된 사람들은 이 시술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가 정했다는 이상한 기준 때문입니다. 그 기준에 따르면 환자는 11가지 증상가운데 8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자극기 시술을 받을 수 있는(보험적용이 가능한) 자격(?)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이 기준은 '미국의사협회(AMA)'의 CRPS 진단기준을 근거로 삼은 것인데 그 기준이란 치료목적의 기준이 아닌 '장애판정'을 위한 기준이기에 결코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보험적용을 보험사에서 거부한다면 전액 자비를 들여서 환자가 시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의 자동차손해배상법상 일단 보험처리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 병원은 진료비를 직접 청구할 수 없고 반드시 보험회사를 통해 해결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환자와 가족들은 절규합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무슨 저주를 받은 것이냐고...



대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방송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는 CRPS의 자극기시술과 관련된 기준을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민간단체에 불과한 곳에서 만든 이 기준을 우리나라의 보험업계는 무슨 대단한 법처럼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이 단체의 의사들과 보험업체들간의 미묘한 관계가 있는데 그 것은 바로 '의료자문' 명목의 엄청난 지원금입니다. 해당 단체의 한 의과대학 교수의 경우 지난 6년간 8개 보험사로부터 1억9천여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험사와 환자와의 분쟁을 조정해왔다고 하지만 이런 큰 돈이 오가는데 그들의 말을 과연 100% 신뢰할 수 있을까요? 



보험회사측에서는 말합니다. 치료비가 향후에도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기때문에 가짜 환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높다고 말입니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준을 만든 것이라구요.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은 그들이 CRPS 환자들의 고통을 과연 얼마나 알고서 그런말을 하는 것일까요? 일부에 불과한 사람들 때문에 차라리 죽는게 더 낫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내팽겨쳐져도 되는 것인가요? 과연 그들이 직접 그 병을 앓는다면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CRPS 환자들은 '세상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하루에도 수 십, 수 백번씩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자신들이 돈을 다 지불하겠다는데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과연 그들은 단 한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그들에게 환자들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그저 돈? 그 뿐일까요? 



이 문제는 비단 CRPS 환자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방송에서도 잠시 보여주었듯이 현재 건강보험의 경우 CRPS에 있어서 포괄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해 CRPS를 겪는 환자들도 척수자극기 시술 기준에 포함이 됩니다. 보험회사만 중간에 없다면 말입니다. 이 장면이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의료보험민영화' 입니다. 의료보험 민영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좋은 쪽으로만 흐른다면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를경우 또 어떤 황당한 기준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받을 지 모를 일입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100%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제발 부탁입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 않습니까. 환자들의 고통받는 모습이 안보이는 것입니까? 눈으로 보인다 한들 그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아직도 의심스러운 건가요? 어서 빨리 문제가 해결되어서 CRPS 환자들은 물론 어디선가 불합리한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을 지 모를 환자들 또한 치료 받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아니 완전히 사라졌으면 합니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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