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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추적자, 약육강식이 슬픈 우리들의 세상!

 

<드라마 추적자에서 백홍석 역으로 출연 중인 손현주 - 출처 : SBS 추적자>

 

 

드라마 <추적자>에서 억울하게 자식과 아내를 잃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백홍석(손현주)은 한 가지 목표가 있다. 바로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린 강동윤(김상중)의 입에서 스스로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 자신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딸인 수정이의 억울함이 밝혀지는 그 것 말이다.

그러나 3일 방송을 보면 백홍석의 목표는 지금까지 드라마 전개 속에서 알 수 있었던 것 처럼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진실을 알려야할 모든 권력과 언론은 모두 힘을 가진 자들의 편에서 뒷짐을 지고 저울질만 하고 있을 뿐이다. 휴대폰 동영상이라는 작은 희망이 있지만 그마저도 세상에 공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백홍석을 지탱해주는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곤 모두가 등을 돌린 모습. 그 모습에 누가 겹쳐 보이는가. 바로 나 자신이 보이지는 않는가?


'진실'도 힘이 있어야 통하는 지옥같은 세상

백홍석과 그를 도와주는 최정우 검사(류승수)일행은 수 많은 증거들을 모아 대선 직전에 강동윤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릴 준비를 한다. 하지만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잘 맞아 들어가던 수사도 잠시, 최검사 일행은 권력과 돈이라는 벽 앞에 무너지고 만다. 힘을 잃은 그들에게 찾아온 서회장의 아들 영욱(전노민)은 판을 뒤집을 히든카드인 PK준(이용우)과 동윤의 대화영상이 담긴 휴대폰을 최검사에게 건내 준다.

하지만 마스터키처럼 보이는 휴대폰 영상이지만 정작 열어야할 문이 보이지 않았다. 언론, 사법기관, 국회, 정부기관이 모두 동윤과 서회장에게 장악된 상황에서는 인터넷 조차 약한 신뢰도라는 약점으로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 였다. 설사 공개한다고 해도 이미 홍석은 동윤의 능숙한 여론 장악능력에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홍석의 자수. 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동윤과 서회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홍석과 그가 가진 휴대폰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공정한 세상을 바란다는 꿈을 가졌지만 이미 그 길을 잃어 버린 혜라(장신영) 또한 자신의 목숨을 위해 미쳐 달려드는 것은 마찬가지 였다.

과연 홍석은 진실을 세상에 밝힐 수 있을까? 힘을 가진 동윤과 서회장은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이 법이요 진실인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도 세상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실이 공개되는 것은 두려워 한다. 홍석이 가진 가장 큰 무기 말이다. 하지만 홍석의 진실은 아직 세상에 널리 공개되지 못했다. 그에겐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리고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힘이 말이다. 진실도 힘이 있어야 통하는 세상인 것이다.



 

<홍석과 그의 동료들 - 출처 : SBS 추적자>



우리가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추적자>의 세상, 하지만 희망은 있다

우리는 지난 대선 당시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결국 그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어디 대선 뿐만이겠는가. 각종 선거 때마다 거짓과 숨겨진 진실이 판을 치지만 언제나 밝혀지는 것은 거의 없다. 어디 또 선거 뿐이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숨겨진 진실, 밝히고 싶은 진실이 너무나 많다. 너무나.

하지만 그 진실들은 그와 관련이 있는 돈과 권력, 그리고 '그들만의 세상'에 의해 철저히 보호받는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오직 '그들'만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들끼리도 진실을 위해 싸우기는 한다. 그러나 서로의 약점을 잡고 팽팽한 줄다리기판을 벌일 뿐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이 박힌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슬픈 사실이 있다. 이런 사회가 돈과 권력을 가진 일부 기득권층만의 책임은 아닌 것 말이다. <추적자>에서 서회장은 자신의 막내 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사람들이 왜 동윤을 70%나 지지 하는지 아냐고. 정책을 보라고. 모두 자신들이 이득을 보기 위해 눈이 멀어 동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자기 자신의 이득 앞에서 진실은 약해지고 숨겨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일까? 인간 사회는 진정 약자가 강자에게 먹힐 수 밖에 없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생존 경쟁 집합체일 뿐인 것일까?

하지만 <추적자>의 홍석은 지금 혼자가 아니다. 자신이 이득을 보든 피해를 보든 상관 없이 오직 홍석이라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의 곁에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힘을 따라 가는 사람들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길이 잘 보이지도 않고 험난하더라도 우리는 그 길에 함께 하고 싶어하고 또 함께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거리에서 생명을 걸고 진실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바로 우리가 희망인 것이다. 사람에겐 사람이 결국 희망이다. 잊지 말자. 백홍석도,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