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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개그가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세상, '건전한' 대한민국?

 

<개그콘서트에 등장한 용감한 녀석들(건전한 녀석들) - 출처 : KBS 개그콘서트>

 

매주 시원하게 자신들이 할 말을 해오던 K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 하지만 7월 8일 방송에서 등장한 세 명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달고 착한(?)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것.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자신들은 이제 '건전한 녀석들'이라고.


'표현의 자유'를 외친 '용감한 녀석들'

'뭐 잘못 먹었냐'며 이상하다는 개그맨 양선일의 말에 '건전한 녀석들'이 되어버린 세 명은 말한다. '이렇게 안 하면 저희는 방송에 나올 수 없어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멤버들의 개그는 그 누구에게도 비판을 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었다. 평소 연예인들에게 독설을 하던 신보라는 연예인들 덕분에 TV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말하고 박성광은 서수민PD를 예쁘다 말했으며 정태호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윗분들 때문에 국민들이 행복하다 말했다. 하지만 이 말들에 웃는 관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재미없다는 양선일과 관객들의 반응에 다시 '용감한 녀석들'로 돌아온 세 사람. 평소처럼 활기차게 랩과 노래를 하며 장동건을 원로배우라하고 서수민PD에게는 개콘 시청률이 떨어졌으니 열심히 하자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태호의 말.

"당신들이 원하는 맑고 밝고 건전한 세상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때다. 바로 지금처럼!"

관객들은 환호했다. '용감한 녀석들'이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 웃음을 주었다는 것이 첫 번째이긴 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한 그들의 퍼포먼스가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또한 그 어떤 '윗분'들 보다도 강한 '시청자의 힘'을 확인한 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시청자의 힘 - 출처 : KBS 개그콘서트>

 

 

대한민국이 할 말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얼마전 미국의 뉴스채널 CNN에서는 '한국에서는 농담하다 감옥갈 수 있다'라는 주제로 보도를 했다. 북한 트위터 계정의 글을 리트윗 했다는 등의 행위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정근씨의 사례를 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2년 만에 북한 찬양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기소된 사람이 5명에서 82명으로 늘었다"며 "이것은 북한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 방송사들의 파업 사태를 다루며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막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주요 방송사 두 곳이 파업 중이라고도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이후 매년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국경없는 기자회'에 의하면 한국 언론의 자유지수는 2006년 31위에서 2009년 69위까지 추락했다가 2010년 42위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2011년에는 44위로 다시 더 떨어진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프리카의 가나와 보츠와나 등의 나라보다도 낮은 언론자유도인 것이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지금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임이 분명한 것만은 사실이다. 밖으로부터의 검열보다 무서운 것이 자기검열이라고 했던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수위조절'을 해가며 글을 쓰거나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오랜 논란거리다. 하지만 정당한 근거에 의해서 알려져야할 사실이 어떤 '힘'에 의해 알려지지 못하거나 생각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전하다는 말로 포장되어지면 그만인 것일까? 과연 '건전'이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에서 봤듯이 건전하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바꾼다하여 그것이 건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독재체제의 북한과 같은 나라들을 비판하곤 한다. 여러가지 면을 비판하지만 그 중에서는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억압받는 그 나라 국민들을 애처롭게 생각하며 그 나라들의 정부와 언론을 욕하기도 한다. 생각해보자.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4년여간 우리 대한민국의 언론, 그리고 우리들의 말을 하는 입과 글을 쓰는 손은 어떠했는가?

정당한 근거 없이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혹은 아예 공개되지도 못하는 사회가 지속되다보면 '그렇다더라'식의 음모론이 판을 치게 되며 이는 곧 '진실'조차 외면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지도 모를 것이다. 지금 시대에 '용감한 녀석들'은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용감한'일이 아닌 '당연한'일이 되기를 바란다. 숨쉬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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