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한 방송인 김구라>
정말 한 순간입니다. 현재 예능 MC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던 김구라가 과거에 했던 발언으로 인해 스스로 방송중인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김구라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과거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신대 할머니를 비하한 음성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대중은 그에 대한 비난을 하기 시작했고 김구라는 결국 사건이 터진지 하루도 되지 않아 모든 방송일을 접겠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죠. 과연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와 그 선택이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의 의미가 될 수 있는지는 논란거리지만 어쨌든 김구라는 자신이 했던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때문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죠. 바로 우리나라의 일부 정치인들입니다.
<김구라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방송활동 중 잠정은퇴를 선언했던 강호동>
책임을 지는 연예인과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필연적으로 한 번 대중의 눈 밖에 나게 되면 다시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는 사건에 휘말릴 경우 그 것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다시 대중 앞에 서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지요. 자신이 했던 과거의 말 때문에 방송하차를 한 김구라, 세금탈루 혐의에 책임을 지고 잠정은퇴를 선언했던 강호동의 경우에서 보듯이 오래전에 잘못한 일이고 또한 잘못이라고 확실하게 증명된 일이 아니라해도 대중의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에 반하여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한 번 살펴볼까요? 자신들이 했던 과거의 잘못된 발언이나 행동들이 확인되는 기록에 남아있다 하여도 그들이 그 것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과거의 '작은' 잘못은 잠시 접어두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말을 하곤 합니다. 혹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지요. 연예인이 대중들의 사랑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정치인은 대중을 그들이 더 사랑하고 대중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어떠한가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대중을 이용할 줄만 알았지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대중에 배반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마치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하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더욱더 무서운 사실은 그러한 생각이 정치인 뿐만이 아닌 나를 비롯한 우리에게 은연 중에 심어져가고 있다는 것이죠. 간단하면서도 직접적인 예로 우리는 각종 범죄의혹이 있는 사람들을 주요 선출직에 당선시킨 것이 그것입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단지 결과만 좋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들의 대표로 뽑아놓은 것이죠.
책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알게 할 때
연예인이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정치인에 비해 많은 것은 연예인은 책임지지 않았을 때 본인이 겪게 되는 더 큰 시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정치인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대중의 무서움을 아직 잘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죠. 투표를 통해 잘못을 한 사람은 잘라내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책임회피의 무서움을 그들에게 하루 빨리 알려줄 그 날이 다시 한 번 온다면 그 때는 반드시 우리가 우리 손으로 확실히 그들의 잘못을 느끼게 해줘야하지 않을까요?
* 이 글은 오마이뉴스의 오마이스타에도 편집된 상태로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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