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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추적자를 보며 하얀거탑을 추억하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한 장면 - 출처 : MBC 하얀거탑>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이돌 스타의 출연이나 수 많은 광고를 찍는 톱스타 한 명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지만 묵직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매회 방송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입니다. 그런데 <추적자>를 가만히 시청하다보면 떠오르는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소재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왠지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 바로 <하얀거탑>입니다.


매서운 돌직구로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

<추적자>는 억울하게 딸을 잃은 아버지가 그 배후에 있는 돈과 권력에 싸워가는 이야기로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것들을 하나 둘 씩 끄집어내며 시청자들의 커다란 호응과 함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특히 평생을 남에게 피해준적 없이 묵묵하게 자기 일만 열심히 해왔던 서민이 모든 것을 가진 사회지도층에게 핍박받는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지며 수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화가나서 못보겠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얀거탑>은 어땠을 까요? 성공을 위해 앞만보고 달려가던 천재 외과의 장준혁(김명민). 실력은 최고지만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각종 권력형 뒷거래의 모든 것을 압축하여 보여준다고 할 만큼 리얼했습니다. <추적자>와 <하얀거탑> 모두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는 있지만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어두운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내놓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것이죠.

 

 

 

<백홍석 역을 맡은 손현주 - 출처 : SBS 추적자>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배우들의 명품연기

김명민.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두 분야 모두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불멸의 이순신>으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지지도가 조금은 약했던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단숨에 톱스타 자리에 올려놓은 드라마가 바로 <하얀거탑>이었죠. 장준혁 역할은 그야말로 김명민 외에는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몸짓과 표정, 목소리, 숨소리까지 장준혁이라는 인물에 빙의된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숨을 죽이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죠. 그가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할 때 TV를 보며 '제발 죽지말라'고 속으로 외친 시청자들은 한 둘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김명민뿐만 아니라 최도영 역을 맡은 이선균을 비롯하여 부원장 역의 김창완, 이주완 과장 역의 이정길, 오경환 교수 역의 변희봉,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명민 장인 역의 정한용 등 모든 연기자들은 그 역할이 크든 작든 각자 자신의 케릭터를 200%이상 확실하게 소화하는 명연기를 펼쳐주었죠.

<추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연을 맡은 손현주 역시 김명민처럼 연기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지만 스타파워가 조금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우였죠. 심지어 <추적자>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손현주의 캐스팅 자체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연기신'으로 불리며 장준혁의 김명민처럼 백홍석을 손현주가 아니면 또 누가 할 수 있었겠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죠.

또한 <하얀거탑>처럼 중견연기자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기에서 모두 빛이나고 있지요. 분량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1초가 나오든 대사 한 마디를 하든 그 카리스마는 말을 못 이을 정도죠. 백홍석의 부인으로 잠시 등장했던 김도연은 그 동안 숨겨놓았던 연기력을 폭발시키며 호평받기도 하는 등 숨겨진 고수들이 힘을 내고 있는 드라마기도 합니다.

 

 

<악역을 맡은 김상중 - 출처 : SBS 추적자>

 

 

악역도 악역 나름이다! 공감 100%인 악역들의 케릭터

<하얀거탑>에는 많은 악역들이 출연합니다. 장준혁의 친구인 최도영을 비롯한 몇 명을 제외한 주요 역할들이 대부분 성공을 위해 어떤 악행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인간미'가 숨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무조건 악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있는 각자의 사연과 입장을 생각해보면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케릭터들이었다는 것이죠.

장준혁의 성공을 향한 야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스스로 양심적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이주완 과장조차도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격'을 위해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연 우리는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사위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장인 민충식은? 비록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었기 때문에 분명 잘못된 행동들이 많았지만 그 속에 담긴 악역들의 진짜 모습은 바로 우리들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추적자>는 어떨까요? 12일 방송에서는 친구의 딸을 돈 때문에 죽이고 말았던 의사 윤창민(최준용)이 자신의 죄가 밝혀지는 모습이 나옵니다. 앞으로 어떻게 윤창민이 활약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스스로의 죄를 씻어내지 못한 상황이죠. 그의 모습을 보며 '나한테 돈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겠다'라고 우리는 대부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동윤(김상중)이 이날 백홍석을 앞에 두고 한 말처럼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실제로 닥처봐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강동윤은 또 어떤가요. 그는 장준혁 보다도 더 큰 야망을 가진 인물입니다. 대한민국의 돈과 권력을 모두 함께 가지려는 사람이죠. 겉으로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 하지만 자신의 꿈을 가로막으려하는 백홍석을 향해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길을 막는 사람들을 '벌레'라고 표현하며 본심을 드러내기도 하죠.

하지만 강동윤 역을 맡은 김상중은 낮은 목소리와 흔들림 없는 카리스마로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악역에게 연민을 부여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제부터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회장님 박근형은 또 어떤가요?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그가 움직이면서 이야기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각종 부정을 저지르고는 있지만 자신의 혈육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한국의 몇몇 재벌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히 박근형의 조용한 카리스마는 굉장히 빠르게만 전개되어만가던 <추적자>의 흐름을 조절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죠. 최고의 내공을 가지고 있는 배우 박근형 다운 힘입니다.

그 외에도 초반 시청자들로부터 때려 죽이고 싶다고 할 만큼 훌륭하게 악역을 소화해 냈던 PK준(이용우), 받지 못하는 사랑에 목말라하는 여인이자 사건의 키를 잡고 있는 서지수(김성령), 그리고 강동윤의 비서이자 모든 악행을 묵묵히 수행하는 신혜라(장신영)까지, 그야말로 <추적자>는 공감 100%의 악역들의 향연과도 같은 드라마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추적자>의 질주뿐

진실을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백홍석을 비롯하한 사건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돈과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강동윤과 서회장 일가를 과연 어떻게 단죄할 수 있느냐는 것이겠죠.

딸을 잃은 아버지 백홍석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복수보다 더 큰 목표인 억울하게 죽은 딸의 명예를 회복하여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추적자>를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너무 강한 이야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얀거탑>이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길을 잃지 않고 잘 달릴 수 있다면 <추적자>는 또 하나의 '영원히 기억에 남는 드라마'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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