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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대중음악 이슈(국내)

Rock팬들을 우롱한 우드스탁 코리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6월1일 있었던 우드스탁의 창시자로 알려진 아티 콘펠드의 기자회견과 우드스탁 코리아의 1차 라인업 발표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심한 말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너무 내 욕구를 앞세운 얘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반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라인업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한국은 솔직히 말해서 아직 세계적인 Rock 페스티벌을 유치할만한 시장성을 가지지 못한 나라로 해외업계에 알려져 있다. 펜타포트록페스티벌과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이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Rock팬들은 잘 알다싶이 대부분의 라인업은 일본의 섬머소닉과 후지록에 기댄 것이 대부분이며 페스티벌 스탭,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Rock팬들의 열정이 이루어낸 성과인 것이다. 한국의 팬들과 만난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커다란 감동을 받고 돌아가긴하지만 어쨌든 공연이 자원봉사는 아니지 않은가. 여전히 한국에 U2, Radiohead, Rolling Stones와 같은 대형밴드의 공연을 유치하는 것에는 시설적인 제약부터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우드스탁 코리아는 수 많은 '떡밥'을 팬들에게, 그리고 팬들에 의해 뿌려주었다. AC/DC, Radiohead, Gorillaz, Smashing Pumpkins, Pearl Jam 등은 물론 심지어 작년에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절차를 밟은 Oasis의 이름까지 거론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역대 최고의 떡밥이었던 것이다. 물론 반신반의 하는 팬들이 거의 대부분이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티콘펠드가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우드스탁 코리아와 관련된 회사의 인턴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직접 이곳 저곳에 글을 남기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마침내 6월1일, 아트 콘펠드의 내한 기자회견과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게 되면서 팬들은 '이번에는 정말 뭔가 일어나는 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6월1일 아티 콘펠트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1차 라인업은 실망스러웠다. 간단히 말해서 8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경기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다는 사실 말고는 모든 것이 실망이었다. '전설' Doors의 전 맴버 Ray ManzarekRobby Krieger가 있기는 해도 Doors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Jim Morrison이 없는 Doors를 기대하는 팬들이 얼마나 될까? 또한 LA매탈의 부흥을 이끌었던 Skid Row는 마찬가지로 핵심맴버인 세바스찬 바하가 빠진 라인업이다. 그리고 1차 라인업의 나머지 구성원인 Unkle Live, Young Bloods, Nobody Lives Forever, Safri Duo, Eddie Haliwell, Peyton, Bobina 는 국내 Rock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밴드들 아닌가? 그들의 음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명도'와 '유명도', 그리고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이 가진 거대함을 생각해 봤을때 긴장이 끈이 뚝 하고 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팬들을 우롱했다는 인상이 깊다는 것이다. 아직 2차, 그리고 최종 라인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는 것은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드스탁 코리아를 기다리기 위해 펜타포트록페스티벌과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의 조기예매등을 미룬 팬들도 있을 것임은 물론 AC/DC나 Radiohead 등과 같이 한국에 한번도 오지 않았던 밴드를 기다렸던 팬들의 허탈감은 대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과연 이정도의 라인업으로 페스티벌이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7월말부터 8월중순까지는 한국도 페스티벌의 잔치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이미 몇 년전부터 펜타포트록 페스티벌, ETP페스티벌, 그리고 작년에 신설된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한정된 시장성때문에 커다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또 다시 새로운 Rock 페스티벌이 등장한 것이다. 자칫하다간 공멸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런일이 생긴다면 최근 몇년간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낸 국내 Rock 페스티벌의 흐름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08년 여름에 있을 예정이었던 섬머브리즈페스티벌Prodigy가 참여하기로 하는 등 화제속에 예매가 시작되었지만 티켓판매부진으로 페스티벌 자체가 취소되기도 하였는데 이 같은 일이 또 있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1969년, 미국의 한 작은 농촌마을에서 3일간 열렸던 평화의 대축제 우드스탁. 요즘 같은 시기에 평화와 반전을 노래한다는 것은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는 안된다. 아직 모든 것이 다 공개되고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우드스탁 코리아는 또 한번의 실패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 한국 록 팬 실망시킨 우드스탁 코리아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