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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탑밴드2 피아의 출격, 밴드의 음악은 수학이 아니다!

 

<탑밴드 시즌2에 출연한 밴드 피아>

 

지난주 장미여관이라는 밴드를 일약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던 <탑밴드2>. 시즌 1과는 다르게 참가 밴드의 자격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밴드들이 대거 참여했죠. 2차 예선인 트리플 토너먼트 과정이 벌어진 첫 회 방송에서는 과거 MBC에서 방송되었던 <쇼바이벌>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현재 수 많은 록페스티벌 단골 손님이기도 한 슈퍼키드가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실력이 모자랐다기 보다는 토너먼트에서 붙은 팀이 다름아닌 트랜스픽션이었기 때문이었죠. 물론 슈퍼키드는 12일 방송에서 김도균의 탑 초이스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중파 TV에도 가끔 출연해오며 여러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지지층도 탄탄한 프로 밴드마저도 탈락 위기를 겪는 서바이벌인데 함께 참가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물론 프로밴드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붙어 보기도 전에 주눅이 어느정도 들게 되는 것은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잘 알려진 밴드가 덜 알려진 밴드와 경쟁이 붙었을 때 심사위원의 고민은 또 얼마나 심할까요? 잘 알려졌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적되어온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이름값'때문에 당일 경연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더라도 보는 눈을 의식해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우려들은 방송 2회, 피아의 등장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명불허전'인 피아, 하지만 밴드음악은 수학이 아니다

 

피아. 2001년 데뷔 앨범 <Pia@Arrogantempire.xxx>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총 다섯 장의 정규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밴드. 한국 대중음악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 서태지의 총애를 받으며 그가 설립한 레이블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수 많은 매니아들을 거느리며 여러 대형 록페스티벌에 주요 라인업으로 참가해 공연을 펼쳐왔습니다. 방송에서 다른 참가밴드들 거의 대부분이 가장 경쟁하기 싫은 밴드로 뽑았던 팀일만큼 실력에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피아.

 

 

그런 피아가 <탑밴드2>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록팬들은 놀라웠습니다. 대중적이기보다는 매니악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인디밴드들의 등용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탑밴드 시즌1>의 후속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이미 단순한 인디밴드의 범주를 넘어선 피아가 굳이 참가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그럼 피아가 방송 초반에 탈락한다면?'이라는 질문이죠. 수 많음 매니아를 거느렸으며 실력으로는 이미 검증이 끝난 밴드를 과연 방송에서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였습니다.

 

 

이 질문은 곧 현실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12일 방송에서 피아가 트리플 토너먼트에 등장한 것이죠. 넘버원 코리안과 판타스틱 드럭 스토어와 함께 경연을 펼친 피아는 2008년 발매된 노래 'Urban Explorer'를 연주했습니다. 완벽한 연주의 합은 명불허전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이었죠. 심사위원인 유영석의 말처럼 보컬인 요한의 컨디션이 조금은 안좋아 보이기도 했지만 피아란 밴드는 보컬이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사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지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고민. 심사를 보던 김경호가 한 말은 방송 전부터 있었던 우려를 겉으로 드러나게 했습니다. 유영석이 넘버원 코리안을 올리자는 김경호의 말에 "근데 지금 피아가 떨어지면"이라고 하자 김경호는 "(피아의 탈락이)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는 그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에요? 그게 큰 문제가 되나요? 결국 이름 있는 밴드는 거의 다 올려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라는 말로 논란을 표면화 시켰습니다.

 

 

이런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밴드 음악은 수학처럼 딱 정해진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수히 많은 장르와 스타일 속에 담긴 감성이 듣는 사람의 감성과 일치했을 때 감동을 하게 되고 그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한 화학반응은 그 밴드가 얼마나 유명한지, 얼마나 연주를 환상적으로 하는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하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죠. 이것은 수학문제를 푸는 것 이상으로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피아가 넘버원 코리안 보다 잘했느냐 혹은 못했느냐를 칼처럼 잘라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디밴드 등용문'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한 <탑밴드2>

 

시즌1은 분명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디밴드들의 등용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2는 그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시즌 1에서 전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밴드 몽니가 시즌2에서는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확연한 정체성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등장한 밴드들 말고도 앞으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밴드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예고편에 등장한 몽니, 내 귀에 도청장치, 네미시스는 두 말이 필요없는 유명 밴드들이고 심사위원들이 극찬하는 모습이 예고된 밴드는 다름아닌 로맨틱펀치로 보여지는데 이들도 유려한 멜로디 라인과 중독성있는 보컬로 많은 팬들을 보유한 밴드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 록씬을 그야말로 들었다 놓았던 '월드 와이드 밴드' 칵스까지. 인디밴드라 불리는 밴드들이 주로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록씬의 대표밴드들이 거의 대부분 참가하는 경연이 바로 <탑밴드2>인 것이죠.(물론 참가하지 않은 대표밴드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탑밴드2>를 보는 시선을 조금만 바꾼다면 밴드 라인업에 대한 불편함은 사라집니다. 바로 시즌1에 대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죠. 1년 사이에 두 프로그램은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시즌2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이 많이 참가하긴 하지만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밴드들의 반 이상은 '록페스티벌급'밴드들이 차지할 것입니다. 장미여관 처럼 숨겨진 보석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지만 결국 최종 경쟁을 펼치는 것은 '그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정체성이 바뀐 것이 옳다 혹은 옳지 않다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청률이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시즌1에 참가한 밴드들도 분명 큰 화제를 일으키며 성장했고 음악적으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밴드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2의 바뀐 참가기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척박한 대한민국 록씬에서 이름을 알리기가 힘든 상황에 <탑밴드2>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이미 큰 인정을 받고 공연장을 찾아주는 팬들이 많은 밴드들과 무명밴드들이 경쟁을 펼친다는 것은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한 줄기 빛을 가려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칵스는 <탑밴드2>에 출사표를 던지며 언론에 알려진 말은 '영원한 비주류로 보이는 것이 화가 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말처럼 록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들 말고는 <탑밴드2>에 출연하는 밴드 전체의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은 비주류로 들리고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왕 그러한 상황이라면 자신들의 실력을 매주 토요일 밤이라는 황금시간대에 지상파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회라고 생각한 밴드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잘 알려졌다 아니다를 떠나서 한 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충분한 이유라는 것이죠.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앞으로도 방송때마다 심사 결과에 대한 논란은 계속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논란이 예상된다고 해도 매주 토요일 밤에 홍대입구의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밴드들의 음악을 안방에서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입니다. 어쩌면 이것 하나 만으로도 <탑밴드2>는 많은 것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이미 알려졌든, 혹은 알려지지 않았든 상관없이 록스피릿으로 가득한 밴드들의 음악을 <탑밴드2>에서 들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의 오마이스타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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