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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리뷰(국내)

[영화리뷰] <작은 연못> - 우리시대 모두의 아픔이자 희망

 

지난 4월5일 월요일. 오래간만에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보게 된 영화 <작은 연못>. 알려진데로 이 영화는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노근리사건'에 대하여 다룬 최초의 영화다. 시사회 현장에는 영화 제작자를 비롯해 영화에 출연하기도한 배우 문성근씨도 함께 했는데 인상깊었던 말 중 하나는 그가 이번 <작은 연못>의 제작방식에 대해서 얘기하던 중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던 영화<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예를 들며 얘기한 내용이다. 그 내용은 '전태일'의 해외영화제 상영때 영화가 끝나고 영화제작비 모금에 참여해준 일반 시민들의 이름이 약 5분간 자막으로 올라가자 현지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준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현지인들의 반응은 '대체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느냐.'라는 것이었는데 문성근 씨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서의 답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었던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과 의식(촛불시위로 대표되는)이 그 이유가 아니었겠나하는 것이었다. 그 후 극장안의 불이 꺼지고 시작된 영화<작은 연못>.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노근리 사건

1950년 7월. 전쟁을 피해 남하하던 민간인 500여명을 노근리 철교에서 미군이 학살했던 사건으로 한국정부와 미국정부에서 최근까지도 계속 부인해왔던 사건이다. 하지만 1999년 AP통신의 최상훈 기자를 비롯한 기자들이 이 사건의 진상을 전 세계적 특종으로 보도하면서 사건은 '진실'임이 밝혀졌고 이와 관련된 각종 소송이 있기도 했다.

 

 

 

 사람이 진정 죽었을 때는 생명이 끊어졌을 때가 아니라 자신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을 때라는 말이 있다.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한달여만인 1950년 7월에 있었던 사건으로 1999년 AP통신의 최상훈, 찰스J.핸리, 마사 멘도자 기자가 특종으로 보도하기 전까지 철저하게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에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건이다.(물론 그 이전에도 몇 차례 보도가 있었기는 했지만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잊혀지는 순간이 진정한 죽음이라면 대체 기억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정말로 우리들의 기억에 '존재'조차 한적이 없는 그런 일이였을까?

 

 

 

영화는 순사들이 한적한 한 시골마을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마도 '빨갱이'를 수색하기 위해서였을 검거활동.(이 장면에서 송강호가 잠시 등장하기도 한다.) 이 장면은 미군이 왜 노근리학살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사상에 관한 문제로 시끄럽지만 당시에는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였다. 당시의 남한과 미국에 있어서 공산주의자는 곧 악(惡)이었기 때문이다.(물론 지금도 한국과 미국에서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추정하건데 일반 민간인들이라하여도 그 속에 '빨갱이'가 섞여 있을 것을 우려한 작전(학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게 아니었다면 단순히 '전투에서의 편의성'을 위함이였거나....

 

잠시 이야기가 벗어났다. 다시 영화 속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충청지역의 한 마을. 마을 어귀에서는 어르신들이 연신 한가로이 바둑을 두며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노래자랑 준비를 하며 멱을 감기도 하고 이리저리 뛰논다.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 가족을 맞이하는 사람들, 농사 중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전형적인 1950년대 한가로운 한국 농촌의 모습 그대로다. 단 한가지. 6.25 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그들에게 벌어질 끔찍한 일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마을에 갑자기 들이닥친 미군은 작전지역이니 피난을 가라고 지시한다. 아무것도 모른채, 어디로 갈지도 모른채 정든 마을을 떠나 발걸음을 제촉하는 사람들. 단지 하나의 믿음. '미군은 우리편이다.'라는 것만을 가진채로 총으로 무장한 그들의 지시에 별 의심없이 따른다. 사람은 점점 불어나 여러 마을 사람들이 함께 다니게 되고 이윽고 노근리의 한 철교에 다다른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전투기. 떨어지는 폭탄..빗발치는 총성..갑자기 그들앞에 지옥도가 펼쳐진 것이다. '왜' 자신들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지도 모른채.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겨우겨우 근처의 한 터널에 몸을 숨기지만 미군의 끊임없는 기관총 세례는 이어진다. 무려 70여시간동안 12만발의 총알이 비무장한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들에게 끝없이 퍼부어진 것이다. 작전을 수행하는 미군조차 대체 왜 그러는 지도 모른채. 그저 작전에 따라 총을 쏜다. 어른이든, 아이든, 심지어 신생아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전선을 넘어오게 하지마라' '그들을 적군으로 대하라'라는 작전내용만 따를 뿐.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간다.

(어떻게 죽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쓰지 않도록 하겠다. 영화 <작은 연못>을 직접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인민군의 남하로 인해 미군은 후퇴를 하고 그렇게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미군의 후퇴가 영화의 끝이 아니다. 영화는 좀 더 이어진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길게 올라간다. 100명이 넘는 배우들과 200명이 넘는 스텝들의 이름이 하나둘씩 올라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약 7분 분량의 미니다큐는 더욱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이윽고 <작은 연못>과 첫 만남의 끝을 알리는 불이 켜진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걱정도 있었다. 노근리 사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면 영화의 전개과정이나 결말은 이미 다 알고 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에 미소짓는 나를 보았고 첫 폭탄이 떨어질 때 부터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자꾸자꾸 올라오는 나를 느꼈다.

 

영화<작은 연못>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속 2번 등장하는 향유고래의 의미는? 고래중에서 가장 오랜시간 잠수를 하고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향유고래. 끝없이 도전하는 향유고래 처럼 '진실'에 도전하라는 의미일까?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 나름일 터. 나에게 비춰진 <작은 연못>의 의미는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서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며 좀 더 올바른 세상이 되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것이 아닐까?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