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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이순재에게 기대하는 또 하나의 역할

 

 

 

이순재라는 배우만큼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는 배우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시트콤, 영화, 드라마, 연극을 가리지 않고 배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는 그의 활동력은 어지간한 젊은 배우들도 쉽게 하기 어려운 스케쥴입니다. 단순히 출연작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극의 중심이 되는 연기를 펼치며 언제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역을 맡아 왔습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더킹 투하츠>에서도 조연이지만 스토리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비중있는 역을 소화하고 있지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연극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투혼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이를 잊은 그의 연기 투혼

 

이순재는 현재 대학로에서 <아버지>라는 연극에 출연 중이죠.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정선아는 트위터를 통해 이순재가 피가 줄줄 흐르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공연을 끝까지 다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순재는 이날 백스테이지에서 눈 쪽에 부상을 입었다고 하죠. 우리나이로 77세라는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위해 흔들림 없는 프로의식을 보인 그였습니다.

 

 

방송프로그램 촬영에서는 또 어떤가요. 연일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을 할 수 밖에 없는 방송 현실 속에서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밤샘 촬영도 불사하는 그의 열정은 이미 유명합니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많으니까 이해해야지'라는 나태함을 그 싹부터 이순재라는 배우는 잘라낸 채 촬영장의 리더로서 모든 이의 모범이 되어왔죠.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거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이기도 합니다.

 

 

 

 

배우 이순재에게 기대하는 또 하나의 역할

 

미국의 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잘 알려진 것 처럼 '영원한 공화당 지지자'로서 미국 보수를 상징하는 존재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그는 흔히 말하는 '수구'가 아닙니다. 대표적 보수인사면서도 진보 측에서조차 존경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죠. 그 이유는 그가 옛 것을 무조건 지키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것에 현대적 가치를 적절히 더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극렬한 우파를 경계하면서 책임있는 의식 속에 도덕성을 지키며 가족의 해체를 두려워하며 폭력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러한 가치를 그는 그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하기도 하는 영화들 속에서 표현하곤 합니다. <그랜토리노>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추구하는 보수를 잘 드러낸 영화라 할 수 있죠.

 

 

배우 이순재에게는 또 하나의 타이틀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죠. 14대 국회의원(민자당)으로서 의정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연출을 맡았던 장진 감독은 이순재를 '건전한 보수'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보수일 수는 있어도 이순재가 보여준 행보 중에서는 아쉬운 장면들도 있어왔습니다. 단적인 예로 배우는 정치에 대해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최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물론 이순재가 직접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중립만을 지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발언이었죠. 이명박 대통령을 대선당시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연예인 중에 이순재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순재만큼 소통의 가능성을 지닌 유명 보수인사를 우리나라에서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그는 연기를 통해 '대중성'과 함께 '신뢰'를 남녀노소 불구하고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큼의 보수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될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가 이순재이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져볼 순 있다는 것이죠.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배우로서의 프로의식과 열정, 그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그의 치열함, 보수로서 가지고 있는 확고한 도덕성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무조건 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열린 마음 등은 이순재가 배우로서 뿐만이 아닌 또 하나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져보게 합니다. 물론 그가 가진 이면에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모습 외에 실망스런 모습이 숨어 있는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정치나 사회에 영향을 줄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죠. 또한 설사 본격적인 의사표현을 한다고 해도 사회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멋진 할아버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 정도는 괜찮은 일 아닐까요? 비록 상상에 그칠지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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