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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예능이 창의력을 후퇴? 박칼린 주장 동의할 수 없는 이유




KBS의 인기예능 프로인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박칼린 감독. 오늘 한 기사에 따르면 그녀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몇 몇 배우의 능력은 세계 수준이다.(중략) 반면에 창의력은 뒤쳐진다. TV 예능 프로그램이 창의력을 후퇴시켰다. 예능프로는 무조건 웃기려고 과장된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일반인의 문화 수준을 낮추어버렸다. 뮤지컬 관객도 딱 그 수준이 되어버렸다."라며 한국의  TV 예능프로그램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앞 뒤 말이 싹 잘린 일부분을 인용한 기사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박칼린의 이 발언은 100% 동의하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말 예능 프로그램이 창의력과 문화 수준을 낮추기만 했나?

박칼린의 발언은 분명 옳은 부분이 있습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 중에서는 오랜시간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를 통해 승부하기 보다는 웃음만을 위해 과장된 액션을 취하거나 혹은 상대방을 비하하는 것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합니다. 어쩔 때는 '내가 대체 이 걸 왜 지금 보고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전형적인 '바보상자'로서의 TV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부가 그런 것일까요? 이미 예능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무한도전>을 떠올려 봅시다. 멤버들의 케릭터를 강조하는게 기본 적인 골격이긴 하지만 매회마다 다른 컨셉과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깊은 고민을 통해 터져나온 창의력이 없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초 장수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도 개그맨들과 작가, PD들의 매주 밤을 지세우는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프로그램이지요. 이들 프로그램으로 촉발된 여러가지 문화적 현상들을 단순히 '문화수준이 낮다'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중들이 즐기는 문화가 무조건 그 수준이 낮은 것만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는 바로 옆에 늘 가까이 있었지만 미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기도 합니다. <1박2일>을 통해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무한도전>을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의 아름다움을, <개그콘서트>를 통해 노력하는 사람의 애환과 희열을,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는 중년의 남성에게도 꿈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뮤지컬의 수준이 낮아진 것이 꼭 관객들 만의 책임일까?

시장은 대세를 쫓아갑니다. 대중음악시장도 그렇고 영화시장도 그렇고 TV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뮤지컬계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시장의 흐름이지요. 그런면에서 박칼린의 주장은 타당하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취향이 대형수입뮤지컬이나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즐거움을 쫓는 뮤지컬로 흐른다면 뮤지컬계도 그 것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예술도 예술이지만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을 관객들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스타마케팅을 먼저 시작한 것이 누구였나요? 창작에 대한 고민 없이 일단 해외의 유명 뮤지컬을 수입해서 무대에 올린 것은 누구였나요? 국내의 창작뮤지컬의 기반을 흔든 것은 또 누구였나요? 언제나 관객들 보다는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시작한 것들 아니였나요? 돈을 벌기 위해서 말이죠.(솔직히 문화에 있어서 '고급'이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논란은 대중음악계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대중들은 '들을 음악이 없다'고 불평하고 음악인들은 '대중들이 이 좋은 음악을 안들어준다.'며 불평하지요. 이런 서로간의 책임미루기의 결과는 어땠나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한 때의 돈벌이로 치환되어버린 지금 가요계의 모습이 아닌가요? 



결국은 모두의 책임

대중문화에 있어서 창의력 부재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박칼린 감독의 말 처럼 현 뮤지컬계의 창의력 부재의 책임을 TV예능프로그램에 돌리기에는 타당성이 조금은 부족한 듯 보입니다. 일부 예능프로그램들을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결코 맞다고 볼 수는 없는 말이지요. '사람들이 TV를 보느라 뮤지컬을 안보러 온다.'라는 말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집에 앉거나 누워서 TV를 보는 것이 분명 편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 또한 정말 보고 싶은 뮤지컬이 무대에서 열리고 있다면 귀찮음을 떨쳐내버리고 더위도 이겨내며 관객들이 뮤지컬 티켓부스 앞에 줄 서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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