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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리뷰(국내)

영화 '이끼', 원작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나?(시사회리뷰)



포털사이트 Daum에서 2008년 8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하여 2009년 7월에 완결이되기까지 수 많은 매니아층을 양산하며 웹툰의 역사를 다시썼던 이끼. 처음에 이끼가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엄청난 기대를 했었다. 그리고 박해일, 정재영, 유해진, 허준호, 유준상, 유선 등이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그 기대감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 기대감은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 때문이었다. 원작 웹툰 이끼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끼는 극도의 긴장감을 통해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스릴감 만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은 '공공의 적'이 스릴러에 가까웠고 '실미도'가 비장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코믹이 가미된 작품을 주로 연출해왔던 감독 아닌가.


물론 강우석 감독의 위치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독보적이다. 한동안 영화계 파워1위를 놓치지 않았던 인물임은 물론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 실미도등을 통해 엄청난 흥행성적을 올렸던 명감독이기도 하다. 작품성에 있어서도 평균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이기에 적어도 '강우석 영화를 보면 실망은 안한다.'라는 인식에 관객들에게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어제(7월1일) 시사회를 통해 그가 연출을 맡은 이끼를 보고 든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화 재밌는데?' '2시간 40분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네' '역시 강우석이 실망을 시키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웹툰 이끼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들었을 생각들이다. 원작을 아꼈던 사람 입장에서 본 영화 이끼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영화 '이끼'는 분명 원작을 충실히 따르려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원작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골짜기에 자리잡은 한 외딴 마을, 언듯 평화로워보이는 마을에서 유목형(허준호)이 숨을 거두고 그의 아들 해국(박해일)이 이 때문에 마을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장 천용덕(정재영)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해국에게 묘한 경계심을 가지고 그를 마을에서 밀어내려고만 한다. 그리고 해국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묘한 사건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하나둘씩 비밀을 관객이 숨쉴틈없이 스릴있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것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틀이 원작과 비슷하다는 것이지 자세히 하나둘씩 들여다보면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은 원작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일단 시작부분부터 그 차이는 명확하다. 해국의 아버지인 유목형과 이장인 천용덕과의 젊은 시절의 만남은 원작에서는 만화 중간에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등장한다. 둘 사이의 만남부분은 유목형이 교도소에서 나오려는 시점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유목형이 죽음을 맞이하는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사실 위와 같은 편집을 한 이유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 두 사람의 만남부분은 30여분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영화중간에 갑자기 집어넣을 경우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지나치게 회상부분이 길어질 수 있기에 앞으로 전진배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치명적인 약점을 낳아버렸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장 천용덕에게 가지는 관객들의 궁금증, 즉 천용덕의 정체에 대해서 초반에 어느정도 알려준 상태에서 영화가 진행되어버리는 것이다. 


웹툰 이끼를 보면 초반 이장의 정체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을 때 그에게서 느껴지는 귀기는 보통 이상이다. 순간순간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하지만 미스테리를 간직하지 않은 영화속 천용덕의 눈에서는 그 공포감을 느낄 수 없었다. 미지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일이 어느정도 걷어진 상태의 인물의 매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영지와 마을 남자들간의 관계가 드러나는 부분을 꼭 그렇게 묘사해야했나

웹툰 속에서 유해국이 컴퓨터CD를 찾기 위해 마을 창고에 들어가서 전구를 키려는 장면이 있다. 유해국은 알듯 모를듯한 인기척을 느낀채 어둠속의 공포를 느끼며 겨우겨우 컴퓨터CD를 들도 달아난다. 그리고 얼마뒤 우연한 기회에 어둠의 창고속에서 유해국 자신은 못봤지만, 자신은 모르지만 자신의 눈이 본 '그것'을 알게되고 그것을 통해 영지(유선)와 마을남자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유추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 이끼에서는 이 명장면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드러내버린다. 마을사람들에대해서 본격적으로 해국이 의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인데도 이 장면을 쏙 뺀 채 이야기를 진행시켜버리는 것이다. 물론 영화 이끼가 웹툰 이끼와 모든 장면을 무조건 똑같이 만들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이끼에서 무척 중요한 장면이었고 극도의 서스펜스를 주는 부분이었기에 빠졌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어색하기만했던 회상을 비롯한 장면전환들

몽타쥬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하나의 장면이 다른 장면과 이어질 때 단순히 그냥 이어붙이는 것이아니라 의미를 강조하는 장면을 이어지게해서 관객들이 좀 더 강하게 영화의 느낌을 받아들이게 하는 영화의 편집기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인 예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시체의 검시장면 후 주인공들이 피가 흥건한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기법이 영화내내 이어지는 것은 관객에게도 머리아픈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이끼에서의 장면전환들은 지나치게 단순히 그저 이어질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시간이 다르고, 장소가 다르고, 인물이 다른 여러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였다고 해야할까? 물론 점프컷이라고 할만큼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 이끼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회상장면이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전달이나 느낌전달이 없는 그저 이어지기만할 뿐인 장면전환들은 아무리 이 영화가 대중들을 위한 전형적인 상업영화라한들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 영화의 원작과 감독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원작에 대한 비틀기 시도, 하지만 그 효과는?

영화 이끼는 원작에 대한 약간의 비틀기를 시도한 영화다. 영화의 끝으로 가면 갈 수록 그러한 의도는 명확히 드러난다. 원작에는 없던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원작 웹툰 이끼에는 있었던 이야기가 바뀌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또한 시종일관 숨이 막힐듯한 원작에 비해서 영화 이끼는 중간중간에 관객들에게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요소도 군데군데 가지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꼭 내용상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이 필요했을까? '식스센스'나 '올드보이' 이후 스릴러영화에서 반전은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전에도 그렇긴 했지만 이 두 영화들 이후만큼은 아니였다. 하지만 우리는 스릴러영화라고해서 꼭 반전이 없다고 해도  영화를 보다보면 어깨가 움츠려들만한 긴장감을 제공받아왔다. '추격자'를 생각해보라. 그 영화에 특별한 반전이 있었던가?(서영희가 죽지않고 살아서 탈출했었던 것이 반전이라면 할말없지만..)


원작 이끼는 뒤통수를 후려칠만한 반전이 끝에 존재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포를 느낄만큼 뛰어난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던 작품이다. 아버지인 유목형의 과거가 충분히 반전에 가까운 내용이기 때문이다(적어도 원작 웹툰에서는 말이다.). 영화 이끼의 이야기 변주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깜짝 놀랠만한 정도는 아니였다. 즉, 하나마나한 반전으로 느껴질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영화 중간중간에 터진 웃음의 경우는 어쩌면 강우석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표현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 40분간의 러닝타임은 짧은 시간이 결코 아니다. 관객에게 주위를 조금씩 환기시켜서 더 높은 집중력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역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일순간 놓쳐버릴 수도 있었기에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이끼'는 분명 볼만한 영화

이와같은 여러 단점들을 지적했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내 자신이 원작 웹툰 이끼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라서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이끼는 분명 볼만한 영화다. 2시간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의 스릴감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상업영화로서 이정도 수준의 몰입도를 가진 영화는 분명 최근의 한국영화에서는 그리 쉽게 볼 수 없었다. 아니. 외국영화까지 포함한다고해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강우석 감독에게 가졌던 내 선입견이 그에게 무척이나 미안해질 정도다.

원작과는 분명 다른 매력을 가지고 관객들을 만날 이끼.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앞으로의 행보가 정말 궁금하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이끼>는 분명 볼 만한 영화, 하지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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