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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영화리뷰(국외)

[YES24블로그축제] [영화리뷰] <이스턴프라미스> - 상처는 영원히 남는 것일까?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또다른 역작. <이스턴 프라미스>. 전작 <폭력의 역사>이어서 또다시 '중간계의 왕'인 비고 모텐슨과 함께했다. 따뜻한 카리스마가 넘쳐났던 그에게서 다시한번 차가운 얼음장보다 더 한기가 도는 카리스마를 끌어낸 채로말이다. 그리고 비고 모텐슨은 관객에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배경은 런던. 영화는 한 평범해 보이는 이발소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시작부터 뭔가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 속에 칼에 베인 붉은 피가 흐른다.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비슷한 시각이라고 해야할까? 바로이어서 만삭인 14살짜리 러시아 여인이 아이를 낳고(낳다는 표현이 적당할까..)죽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안나(나오미 왓츠)에 의해 받아지고 안나는 자신이 겪었던 일, 그리고 동정심에 의해 그 산모의 일기장을 통해 아기를 키워줄만한 친척을 찾아나선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을지는 알리가 없다. 나같았으면 그래도 뭔가 좋은 일과 연관된 산모는 아니였을 것이라 여겼을지도 모를텐데..안나는 그보다는 감정이 먼저우선시 되었겠지..

 

 

일기장을 따라 도착한 레스토랑. 그곳에서 주인인 세미온(아민 뮬러-스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일기장의 존재를 알게된 세미온은 그녀에게 자신이 러시아로된 그 글을 번역해줄테니 가져오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스치는 세미온의 아들 키릴(뱅상 카셀)과 그의 운전수 니콜라이(비고 모텐슨). 니콜라이는 안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말을 걸지만 안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인다. 그건그렇고. 이어서 보여지는 키릴의 살인대상과 세미온의 정체, 니콜라이의 활약...안나는 가족의 만류에도 사건의 중심에 점점 가까이 가게되고 이것이 모두 러시아 순혈마피아 조직에서 벌어진 일이며 보스인 레스토랑의 주인인 세미온과 관계된 일임을 알게된다. 이쯤되면 당연히 보스는 안나와 거래를 하려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니콜라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궁금해 할 것이다. 본격적인 영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이 이상의 내용설명은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겠다.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이글을 읽고 영화를 보게될 사람들을 위해서...하지만 다른 여러 내용을 얘기하다보면 스포일러를 발설할지도..최대한 억제하겠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흘러가는 내용의 흐름도 흐름이지만 시종일관 나오는 인물의 문신에 주목해야할 필요가있다. 영화에서 문신은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며 새겨진 신분증명서와 같다. 간단한 예로 가슴의 별과 무릎의 문양은 마피아조직의 일원임을 상징한다. 이 문신은 영원이 남게되는 죄와 마음의 상처등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문신은 지울 수 있기도 하겠지만...)물론 영화속에서 이 문신이 내용전개상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죄와 상처에 대해서 말하자면 여신 모니카 벨루치의 남편인 뱅상카셀이 분한 키릴이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키릴은 오래전 어머니가 죽은 상처로 인해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미움 그리고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표현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슴속 상처는 계속 그의 삶에 그림자로 따라다닌다. 이는 보스인 아버지, 니콜라이, 그리고 자신을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도발(?)한 안나에 대한 행동, 마지막으로 14살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 대한 행동을 통해 잘 들어난다. 사람들은 니콜라이를 분한 비고 모텐슨의 연기에 다들 주목했지만 내가 볼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두려움이 섞인 광기를 보여준 뱅상카셀의 연기 또한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다.

 

 

지속되는 상처에 대해서는 안나 또한 할말이 없다. 그녀는 흑인의사를 남자친구(혹은 남편)로 두었지만 헤어지게 되며 그녀는 자신의 배속에서 아기가 죽는 것을 겪었으며 그로인한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다(안나의 삼촌은 그녀에게 '더러운 피가 섞였서 그렇다'며 자극하기도 한다. 이는 영화의 본질과도 연결되는 부분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크리스틴으로 이름을 붙힌 이름모를 산모의 아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을지 모를 일이다. 단순한 동정심은 아니였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이 모든것을 종결시키는 남자. 니콜라이. 니콜라이는 영원히 이어질것만 같던 본인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상처를 본의든 아니든 종결시킨다. 그것으로 인하여 정작 자신은 그 굴레속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영원히.

 

 

이 모든것을 관장한 남자. 데이빗 크로넨버그. 그는 또다시 폭력을 통해 인간의 심연을 깊게 파고들었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속에서 정직하게 진행된 이스턴 프라미스. 하지만 그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되는 순혈주의에 대한 담론, 선과 악의 경계, 상처와 죄의 지속,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대한 해결과 또다른 이어짐. 마지막 장면에서 나타나게 되는 끝모를 여운등은 크로넨버그가 과연 대가임을 다시한번 입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장면. 목욕탕에서 벌어진 니콜라이의 격투씬. 선과 악, 현실과 비현실이 한 공간에서 섞이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처음의 이발소 살인장면도 마찬가지. 개인적으로는 목욕탕 장면또한 긴장감이 넘쳤지만 첫 장면에서 소년이 칼을 쥐고 상대방의 목을 그은다음 시뻘건 피가 흐를 때까지의 긴장감 또한 대단했다.

 

아무튼. 잊을 수 없는 또하나의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 나에게 진정한 긴장감을 오래간만에 느끼게 해준 크로넨버그와 비고 모텐슨, 뱅상 카샐에게 감사한다.

 

<모든 사진 출처 : 다음 영화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