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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의 이야기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빼앗으려 하십니까



저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성남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1~2회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일이 어느덧 3년이나 됐네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의 미소가 저에게 힘이 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지역아동센터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비싼 학원비를 내기 힘들거나 혹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열고 있는 곳이죠. 보통 30여 명의 아이들이 밥을 먹고 공부를 하며 함께 뛰놀고 야외체험학습 등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센터는 또 하나의 집이자 학교인 것이지요.

 

그런데 작년부터였나요? 지역아동센터를 관리하는 선생님들이 평소보다 더 바빠졌습니다. 그것이 아이들을 돌보는 이유 때문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지요. 바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평가제' 때문이었습니다. 상대평가로 진행되었던 이 평가제는 하위 5%에 드는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결과적으로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는 것이 그 골자였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곳은 상위에 들었기에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박봉의 월급을 받는 센터의 선생님들이나 넉넉하지 않은 빡빡한 예산을 생각해본다면 하위평가를 받은 센터는 얼마나 상황이 비참할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13개 아동센터 중 2개 문 닫아... 거리로 나가게 된 아이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13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지원금을 전액 삭감당했고 이중 2곳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그 2곳의 센터에 다니던 아이들은 순식간에 길거리로 나가게 된 것입니다. 혹시나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의 현실을 좀 더 노골적으로 말씀드릴까요?

 

우선 경제적인 것을 먼저 설명하자면, 기초수급자의 기준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의 64%인 243만 원 이하를 버는 한 가정'을 말합니다(2009년기준). 얼핏 보면 생각보다 기준이 높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수익은 이보다도 훨씬 더 낮은 경우가 많으며 4인 이상이 한 가정을 이루며 함께 사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식주만을 해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처한 주변 환경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한 가정, 부모님이 두 분 다 없는 가정,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홀로 모시는 아이, 알콜중독자나 정신지체 부모를 둔 아이. 부모님이 두 분 다 있다해도 어려운 생활 때문에 아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 교육이나 위생에 대해 방치하는 경우 또한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비슷한 환경을 가진 가정들이 모여 있다 보니 아이들이 폭력이나 각종 비행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서 청소년기에 삐뚤어지는 일이 잦기도 합니다. 물론 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중 앞에 열거한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아이의 수가 무척 적다는 것이죠.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꿈 꿀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들의 일상적 대화를 듣다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누구네 아빠가 바람을 펴서 이혼했다더라, 어떤 중학생 언니가 임신을 했다더라, 누구네는 가출했다더라 등등 그러한 일들이 아이들의 일상에 녹아있기 때문인지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눈빛은 너무나도 선하고 미소에서는 빛이 나는데 그런 말을 하거나 혹은 아이들이 처한 아픈 사연을 우연히 들을 때면 가슴이 미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현실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처한 환경 때문에 어두운 미래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누구라도 그 미래를 바꿔보고자 힘 쓸 것입니다. 제가 지금도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이들의 쉼터인 지역아동센터의 예산을 평가를 통해 삭감한다고요? 오히려 상황이 열악하다면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해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요?

 

호소합니다. 많은 것을 도와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올바른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정말 슬픈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한 아이에게 "꿈이 무엇이니?"하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전 꿈 같은 거 없어요"라고요. 진정 보건복지부가, 정부가 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링크 : 아이들에게 무엇을 더 빼앗으려 하십니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