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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대중음악 이슈(국내)

신해철의 '소녀시대'발언, 너무나도 당연했다.


"모든 40대가 소녀시대 음악밖에 모른다면 집단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음악이 점점 퇴보하고 있다."
"요즘 작곡가들 팝송도 안들어보고 가요 만든다."
"실용음악과 대학생이 비틀즈도 모르는 나라."


가수 신해철이 다시한번 가요계에 쓴소리를 했다. 자신이 개원한 실용음악 입시전문학원 '싸이렌'의 '대중음악총론 'All about music''공개특강에서 했던 말들 중 언론을 통해 헤드라인으로 뽑혀진 내용들이다. 나는 신해철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들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100%동의한다. 물론 음악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타인이 뭐라뭐라 할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대중음악 시장의 구조는 상당히 기형적이다.



주말 오후 TV를 틀어보자.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보자. 대학축제에 가보자. 음반판매차트와 디지털음원차트를 살펴보자. 대부분 아이돌의 댄스음악 아니면 이벤트성 콜라보 디지털싱글들로 가득차있을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아이돌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조차 이런 현상을 발견하기란 쉽지않다.



아이돌 음악이 꼭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신해철의 말처럼 나 또한 소녀시대가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다가도 순간 멈춘 채 지켜보게 된다. 또한 아이돌 음악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준이 낮은 것 또한 아니다. 그들 중에는 '아이돌'이라는 편견때문에 뛰어난 음악성을 가졌지만 묻히고 있는 가수들도 존재한다. 문제는 어느순간 부터 획일화된 대중음악시장이 고착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대중음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Rock이나 Jazz, Soul 음악이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거의 감추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얼마전인 2008년 중반 이후부터 2009년 초반까지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박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양동이에만 물이 가득찬 것이였지 결코 그 물이 넘쳐 다른 인디밴드들에까지 골고루 담아진 것은 아니였다. 물론 Rock이나 Jazz 장르의 음악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뮤지션들이 땅파서 음악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곧 '음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전조이기도 하다.



이렇듯 다양한 음악의 생존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대중이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스스로의 가치, 음악에 대한 가치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모든 TV방송국에서 365일 24시간 예능프로그램만 방영한다고 생각해보라. 웃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TV는 그야말로 바보상자로 전락할 것이다. 뉴스도 있고 다큐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교양도 있고 스포츠도 있어야 TV는 바보상자가 아닌 보다 더 높은 가치로 우리에게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고해도 시청자의 선택은 예능이나 드라마에 주로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의 다양한 선택권은 유지되고 있지 않은가.(물론 미디어법 개정이나 방송사 사장임명과 같은 문제로 인한 선택권 침해는 잠시 제외하기로하자. 그게 주제가 아니니..)



또 한가지 우리가 Rock이나 Jazz, 그리고 팝 음악을 지금 보다 많이 들어야할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음악들이 사실은 Rock이나 Jazz, 흑인음악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신 트랜드의 전자음악으로 치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엄연히 위 장르의 음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표절논란이 있을 때 등장하는 핑계 중 하나인 샘플링의 경우도 대부분 서양의 팝 음악에서 따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우리가 듣고 즐기는 음악의 그 근원에 대해서 보다 더 잘 알고 잘 들을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는 표절시비도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곡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애초에 시도할 생각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한탄한다. 우리에게는 왜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U2, 스티비원더같은 뮤지션이 없는지. 우리는 어쩌면 그 기회를 스스로가 걷어차버린 것이 아닐까? 가까이 있으면서도 미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한국의 위대한 뮤지션 조용필은 40주년 기념공연을 했고 5만여명의 관객의 열광했다고 한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의 수 많은 명곡들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 대중음악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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