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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이야기

넝굴당, 남자가 봐도 사랑스러운 남자 천재용, 어쩌면 좋나!?

 

'천재용과 방이숙 - 출처 :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나는 남자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며 몇 번의 연애와 몇 번의 사랑을 해봤으며 앞으로도 사랑을 꿈꾸는 평범한 남자. '보통'이라는 말의 기준이란 애매하지만 이런 보통의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멋진 남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이야기는 공감하지만 남자들의 배경이나 성격, 외모 등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런 남자가 어딨어?'라는 것.

나도 보통의 대한민국 남자다. 그런데. 이런 내가 열광하는 드라마의 남자 캐릭터가 등장했다. 바로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국민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이숙(조윤희)를 애타게 짝사랑하는 남자 천재용(이희준)이다.

 

 

 

재벌집 아들이란 배경, 하지만 재용은 우리시대의 '보통 남자'

재용은 재벌집 아들이다. 그 사실을 여기저기 알리고 다니지도 않고 비싼 것들로 몸을 치장하거나 부를 과시하지는 않지만 고급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점장이니 분명 30대 전후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들과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평범한 남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긴 힘든 캐릭터다.

그러나 천재용이 이숙을 향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자신의 이상형과는 다른 이숙의 선머슴 같은 모습에 처음에는 별다른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숙의 순수한 모습에 점점 끌리는 자신에게 당황하기 시작한다. 혼잣말을 하며 투덜거리는 것은 기본이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저 멀리서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도 모르는 재용. 그런 그가 결정적으로 이숙에 대한 마음이 사랑임을 확인하는 사건이 터진다. 이숙이 그녀의 첫사랑 규현(강동호)과 겪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참을 수 없는 질투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 이숙이 선물로 준 인형을 수 없이 바라보며 혼자 대화를 하는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했다.

 

 

 

'천재용과 곰인형 - 출처 :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재용은 이숙에게 수 많은 거짓말을 한다. 모두 어떻게든 이숙과 조금이라도 공통점을 만들거나 1초의 시간이라도 함께 하기 위한 것. 재벌집 아들이란 것으로 어필하려 했지만 그녀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고 재벌인 것을 숨기거나 혹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있지도 않은 약속을 만들어가며 이숙의 옆에 있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씩 자신의 사랑을 앞으로 드러내려한다. 이숙을 연결시켜준 '쌤' 윤희(김남주)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거나 자기 가게의 종업원에게 S.O.S를 보내기도 한다. 둘 만의 수줍은 데이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이숙에게 알리거나 24일 방송에서는 자신과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라며 규현에게 가려는 이숙의 손목을 잡고 차에 타는 박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재용이 보여주고 있는 사랑은 우리 남자들의 수줍고 소심한 짝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내 마음을 받아줄까? 혹시나 나를 싫어하진 않을까? 다신 못보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마음 한 번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 기껏 한다고 해봤자 여자 입장에선 남들과 별다를 것 없는 친절 정도로 느껴진다.

재용이 이숙에게 대놓고 생일을 챙겨주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버릴까봐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서 부담되지 않게 선물을 주고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면서 '그래 나도 저랬었지'라는 동질감이 생긴다고 할까? 용기있는 남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 용기 한 번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사랑을 해본 모든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지만 재용은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한 것 처럼 어렵고 쑥스럽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사랑이란 결국 내가 시작해야 하는 것. 사랑을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내 마음을 여자가 알아버리기를 두려워 하는 그 마음, 그 때의 그 속타는 느낌, 그 미쳐버리는 감정! 재용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보통남자를 대변하는 '남자 중의 남자'라 해야할까?

 

'출처 :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희준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을 재용의 캐릭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작가의 감각적이고 공감가는 상황설정과 대사도 있겠지만 전적으로 배우 이희준이 표현하는 연기에 있다. 꽃미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글서글하면서도 친근감가는 훈남의 외모, 부담스럽지 않은 말투, '생활 연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재용이라는 캐릭터를 도무지 미워할 곳을 찾기 힘든 인물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이숙을 늘 뒤에서 바라보며 어쩔줄 모르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이숙에게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투덜거릴 때의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랄까? '그래 나도 저랬어. 나도 늘 뒤에 숨어 어쩔 줄 몰랐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모습에서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한다.



재용,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여자가 질투의 화신이라 하지만 남자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진 않다. 그런 점에서 한 남자를 남자가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 여자에게 사랑을 하고 있는 남자를 말이다.

물론 재용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드라마의 캐릭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보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억누르려고 해도 저절로 솟아 오른다. 지난 날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비롯하여 사랑에 울고 웃은 수 많은 남자들은 재용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 그 좋았던 날의 풋풋한 사랑을 말이다. 재용,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열렬히.

 

* 이 글은 오마이뉴스의 오마이스타에도 편집된 상태로 올려져 있습니다.